<이브닝>을 보면 폭풍의 언덕과 위대한 개츠비가 보인다?
지적인 멜로 <이브닝> 속에서 찾아보는 문학 작품들!
<노트북> <이프온리>를 잇는 가을빛 시크릿 멜로 <이브닝>의 휘황찬란한 캐스팅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것은 ‘디 아워스’로 퓰리처상을 받은 마이클 커닝햄과 소설 ‘이브닝’의 원작자 수잔 미놋의 공동 각본 작업이었다. 두 작가의 문학적 소양과 깊이가 담긴 시나리오인 만큼 영화 속 인용된 문학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브닝>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폭풍의 언덕>처럼 고풍스럽고 낭만적인 멜로 드라마
<이브닝>의 영화 속 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연애관계를 보다 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멜로 드라마의 고전을 만날 수 있다. 재즈가수를 꿈꾸며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앤과 그런 앤에게 마음 깊이 의지하며 보수적인 집안의 분위기에 늘 답답함을 느끼는 라일라와 버디 위튼본 남매. 그리고 가정부의 아들로 위튼본 남매와 같이 자라 의사가 된 해리스까지 이렇게 계급이 다른 네 남녀의 이야기는 “이젠 더 이상 나를 ‘캐서린’으로, 오빠를 ‘히스클리프’로 생각 안할거야”라는 라일라의 대사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멜로 드라마의 고전인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한다. ‘라일라’는 열 다섯 살부터 짝사랑한 해리스가 있지만 보수적인 집안의 암묵적인 강요에 의해 내키지 않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앤과 해리스는 첫눈에 강한 운명적 끌림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낭만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연애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 <이브닝>은 마치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한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예상치 못한 결과로 치닫는 네 남녀의 관계
부자인 부모에게 기대 살고 싶지 않은 버디는 독립적이고 매력적인 앤에게 마음 깊이 의지하며 늘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는다. “마침내 첫 소설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부잣집 아가씨와 사랑에 빠진 갱 이야기야” 라며 자신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버디에게 “그건 <위대한 개츠비>잖아”라며 웃는 앤. “제길… 내 버전에서는 모두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 제목은 <재밌고 위대한 개츠비>야”. 1920년대 미국 소설을 대표하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영화 속 인용은 단순한 인용이 아닌 앤과 해리스, 라일라와 버디 사이의 엇갈린 애정관계가 맞게 되는 예상치 못한 결말에 대해 내포하고 있다. 물론 버디의 바람처럼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은 아니어서 보는 이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장면이다. 그 외에도 앤이 대학시절 버디에게 보낸 쪽지에 “비트겐슈타인, 오늘 점심 메뉴는 뭐야?”라고 쓴 것은 문학과 자유를 사랑하는 불안한 영혼의 소유자 버디를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에 빗댄 것이고, 버디가 소설의 첫 문장으로 쓴 “이슈마엘로 불러다오”가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쓰인 문장이라는 앤과의 대화에서 그 소설의 주인공은 멜빌이 쓴 소설 ‘모비딕’이라는 점을 알고 본다면 영화 <이브닝>을 보는 재미가 한껏 더해질 것이다.
©Hart-Sharp Ent. / Focus / 미로비젼 / 이브닝
가을빛 감성멜로 이브닝 Evening 2007년 11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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