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속삭임 김은주 감독이 말하는 생생한 촬영일지!
오는 10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여름, 속삭임>이 개봉을 앞두고 생생한 촬영일지를 공개했다. 18년 만에 감독의 꿈을 이루는 김은주 감독이 기억하는 그 1년 전의 생생했던 순간과 적은 예산과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빛나는 열정으로 만들어낸 그 현장의 모습!
<여름, 속삭임> 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촬영은 2007년 8월 해가 쨍쨍 내리쬐던 어느 여름날, 전주에서 시작되었다. 예산으로 보나, 배우와 감독의 스케줄로 보나 주어진 시간은 단 한달 뿐…
# 특명! 노교수의 집을 찾아라 / 영화 속 숨은 공로자 - 영화를 위해 집까지 내 준 총장님
노 교수의 집은 영화의 가장 주된 공간이다. 처음부터 원했던 장소가 화려하고 예쁜 전원주택 분위기보단 정겨움이 물씬 묻어나는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아담한 양옥집 같은 곳에서 촬영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루에 걸터앉으면 아담한 정원이 보이는 그런 곳. 지인을 통해 물어 물어 찾아간 그 집은 낡은 분위기나 집안구조 모든 게 내 상상 속의 노교수집 바로 그 자체였다. 마침 전주대 총장을 지내셨던 엄영진님의 댁이어서 흔쾌히 촬영에 협조하여 주셨고 한달 간 무료로 집을 빌려주시기까지 하셨다. (그리곤 그 분은 원룸에서 한달 간 생활하셨다는 ㅡ.ㅡ;;) 촬영이 끝난 한 달 후의 집은 훨씬 너덜너덜해져서 죄송할 따름이었다.
# 쌓고 쌓고 또 쌓고 / 책으로 도배하기 / 헌책방과도 맞먹을 노교수의 방
내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책이다. 노교수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줄 주된 소품이 바로 책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책을 많이 읽은 것 같은, 묵묵하게 학자의 길을 걸어왔을 것 같은 노교수의 성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방안 가득 빼곡하게 책을 쌓으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영화 속 영조처럼 처음 보고선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많은 책을 구해야만 했다. 여기저기 수소문 해 꽤 많은 양의 책을 겨우 구해서 쌓았는데도 그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 다시 몇 천 권, 어쩌면 그 이상의 책을 들여서야 겨우겨우 사방이 책으로 빼곡한 노교수의 공간이 탄생됐다.
# 우리 영화의 가장 큰 적, 비
이번 영화 촬영 중 가장 큰 난관은 다른 것도 아닌, 비였다. 촬영 한달 동안 15일 정도는 비가 내렸던 것 같다. 그것도 그냥 비도 아닌 폭우가. 촬영 준비를 다 끝내고도 끝내 촬영을 못한 적이 허다 했고, 잠깐 해가 비치면 후다닥 촬영을 해야 하는 그런 날의 반복이었다. 결국 비가 오는 상황에서 촬영이 강행 되다 보니 유독 두 배우의 클로즈샷이 많아지기도 했다. 또한 비로 인해 촬영할 수 있는 날짜가 촉박해져서 낮 씬을 밤에 찍기도 했다. 특히 윤수의 누나네 식구들이 살던 집은 고창에 준비해 놓은 셋트장인데, 촬영 며칠 전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윤수가 노교수와 트럭을 몰고 진흙 길을 들어서야 하는 장면을 찍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아무리 기다려봐도 날씨가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서 결국은 천만원의 돈을 투자하여 그냥 흙 길을 자갈길로 둔갑시켜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한 건, 윤수와 영조가 소나기 내리던 날 전주대 계단에서 처음 마주치는 씬을 찍던 날은 해가 쨍쨍 내리쬔 덕에 살수차로 비를 뿌려야만 했다.
# 셋팅 완료!
노 교수의 집을 비롯해 노 교수의 집 앞에 있는 슈퍼나, 노 교수 부부의 납골당, 영조의 기숙사, 윤수의 누나네 집 등 모두 셋팅된 것이다. 일상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자잘한 소품들로 그들의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재탄생 시켰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여름날의 기억과 소중한 땀방울들이 모여 일궈낸 소중한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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